Singing Birds
LY오케이앤피 부산은 아트부산 시즌에 맞춰 일본 현대미술가 리이(LY, 1981~)를 초청해 오는 5월 8일부터 6월 8일까지 개인전 《Singing Birds》를 개최한다.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리이는 최근 일본을 넘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다양한 지역에서 초대되며 국제적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아트당다이 등 글로벌 아트페어를 제외하면, 이번 부산 전시는 일본 외 아시아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리이는 도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몰두해왔다. 미술대학 진학을 목표로 정규 교육 과정을 거쳤으나, 제도권 미술의 보수성과 경직성에 한계를 느끼고 거리로 나와 독자적인 미술 실천을 시작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우라하라(裏原宿)’ 문화가 도쿄 하라주쿠 뒷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우라하라’는 일본 기성문화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저항에서 비롯된 하위문화로, 스트리트 패션, 음악, 미술이 서로 긴밀히 결합하며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패션 디자이너 후지와라 히로시, 타카하시 준, 그래픽 아티스트 베르디 등이 이 문화를 주도했으며, 리이 역시 거리라는 비제도적 공간을 무대로 활동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개별적 정체성과 즉흥성, 그리고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 자유를 지향했던 우라하라 문화는 리이의 예술적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토대 위에서 발전한 리이의 작업은 검은색의 LUV 캐릭터와 절제된 단색조 화면을 특징으로 한다. 무표정하고 비특징적인 LUV 캐릭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과 서사를 투영하도록 유도하며, 단순한 단색조 역시 색채 감수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통해 리이는 관람자 각자의 일상적 감정 풍경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킨다.
하지만 리이의 작업이 처음부터 이와 같은 형태를 띠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여성주의적 시각과 표현주의적 감성을 바탕으로 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1990년대 일본 사회에서 대두된 페미니즘 미술의 흐름과 긴밀히 맞닿아 있다. 이후 거리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그녀의 작품은 점차 도안적(flat design)이고 상징적인 양식으로 변화했다. 최근에는 단색조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분홍과 노랑 등 보다 밝고 부드러운 색감을 실험하며 자신만의 서정적 세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특히 딸의 제안으로 새롭게 도입된 색채는, 리이가 단일한 작가적 주체라기보다는 주변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반응하는 ‘관계적 주체’임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읽힌다.
리이의 작품은 꿈, 유년 시절의 기억, 도시를 벗어나 경험한 자연, 그리고 상상 속 풍경을 교차시키며 구성된다. 도시적 삶과 자연 풍경의 조합은 현대 도시민의 내면 풍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이를 통해 리이는 개인적 서사와 집단적 기억을 동시에 환기한다. 특히 이번 부산 전시를 위해 작가는 직접 부산을 방문하여 다양한 도시 풍경을 스케치하고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회화뿐 아니라 도자기 위에도 펼쳐진 이번 작업들은, 장소성과 기억, 그리고 상상력이 어떻게 교차하며 새로운 서사를 생성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Singing Birds》 전시는 리이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망할 수 있는 동시에, 우라하라 문화가 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을 되짚어보며, 일본 현대미술의 또 다른 흐름을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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